2026.04.08 (수)
오늘의 말씀
로마서 10:17
| 17 |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
묵상 가이드
본문 개요
본문 해설
믿음은 결코 우리 내면의 수양이나 의지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철저히 외부로부터 찾아오는 은혜의 방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믿음이 ‘들음’에서 난다고 선포함으로써, 구원의 주도권이 인간이 아닌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를 찾아오시는 것입니다. 타락한 인간은 영적으로 귀가 멀어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을 스스로 감지할 수 없기에, 하나님께서는 복음의 소리를 우리 삶의 현장에 직접 울려 퍼지게 하십니다.
여기서 들음이라는 표현은 원어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 단순히 소리가 고막을 울리는 물리적 현상을 넘어, 그 소식에 압도되어 반응하고 순종하게 되는 전인격적인 경청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보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들으라고 하십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화려한 기적에 현혹되기 쉬운 인간의 본성을 경계하시고, 오직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진리의 말씀에만 영혼의 닻을 내리게 하시려는 사랑의 배려입니다. 우리는 들음으로써 비로소 자아의 성벽을 허물고 창조주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 들음을 가능하게 하는 실체는 바로 ‘그리스도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과거에 기록된 문자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 영혼을 수술하시는 주님의 생생한 음성입니다. 여기서 말씀이라는 단어는 원어상으로 특정한 상황 속에 선포되는 살아있는 음성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성령께서 기록된 성경을 통해 우리 각자의 심령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효력을 개인적으로 적용시키실 때, 비로소 죽었던 영혼이 살아나며 믿음이라는 신비로운 반응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결국 믿음은 그리스도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같습니다. 우리는 그 파도를 만들어낼 수 없으며, 오직 밀려오는 은혜의 파도에 몸을 맡길 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말씀의 주인이 되시고, 그분이 친히 말씀의 내용이 되셔서 우리에게 들려주실 때, 우리 안에는 세상을 이길 힘인 믿음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이처럼 믿음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그 열매까지도 오직 그리스도의 말씀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자라날 수 있는 하나님의 전적인 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