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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나라

2026.04.02 (목)

널 사랑해서야

마태복음 27:27-44

(본문: 개역한글)
27 이에 총독의 군병들이 예수를 데리고 관정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그에게로 모으고
28 그의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히며
29 가시 면류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그 오른손에 들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롱하여 가로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찌어다 하며
30 그에게 침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의 머리를 치더라
31 희롱을 다한 후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32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웠더라
33 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
34 쓸개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아니 하시더라
35 저희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36 거기 앉아 지키더라
37 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 쓴 죄패를 붙였더라
38 이때에 예수와 함께 강도 둘이 십자가에 못 박히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39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40 가로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며
41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장로들과 함께 희롱하여 가로되
42 저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저가 이스라엘의 왕이로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찌어다 그러면 우리가 믿겠노라
43 저가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저를 기뻐하시면 이제 구원하실찌라 제 말이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였도다 하며
44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이와 같이 욕하더라

묵상 가이드

본문 개요

관정이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시작된 이 비극적인 드라마는 온 군대가 동원된 거대한 조롱의 연출로 이어집니다. 로마의 군병들은 한 개인을 박해하는 것을 넘어, 유대인의 왕이라는 칭호를 빌미로 온 인류의 진정한 통치자를 희롱합니다. 홍포와 가시 면류관, 그리고 갈대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구들이었으나, 그들에게는 잔인한 유희의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이 시각적 모욕은 곧이어 골고다라는 죽음의 장소로 향하는 고통스러운 행진으로 이어지며, 그 길 위에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는 뜻밖의 인물이 십자가의 무게를 나누어 지게 되는 신비로운 섭리를 보여줍니다. 해골의 곳이라 불리는 골고다에 도착했을 때, 세상은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생명의 주를 맞이합니다. 고통을 잊게 하려는 쓸개 탄 포도주마저 거절하신 주님은, 인간이 겪어야 할 모든 감각적 고통과 영적 수치를 온전히 홀로 감당하기로 작정하십니다. 십자가 위에 붙은 죄패와 그 곁에 세워진 두 강도의 십자가는, 주님께서 가장 낮은 자들의 자리까지 내려오셨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우연이 아니라, 창세 전부터 계획된 구원의 걸음이 역사의 한복판에서 가장 처절하고도 엄숙하게 실현되고 있는 순간입니다.

본문 해설

로마 군병들의 관정에서 벌어진 조롱은 인간이 가진 죄의 본성이 얼마나 잔인하고 어리석은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그들은 참된 생명의 주관자이신 분에게 가시로 엮은 면류관을 씌우고 갈대를 손에 쥐여주며 거짓 경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 조롱의 현장 이면에는 하나님의 깊은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인간이 죄로 인해 마땅히 받아야 할 모든 수치와 저주를, 아무런 죄 없으신 그리스도께서 왕의 의복을 입으신 채 대신 짊어지신 것입니다. 가시는 땅이 저주를 받아 내놓은 산물이었기에, 주님의 머리에 씌워진 가시 면류관은 인류의 타락으로 인한 모든 저주를 주께서 친히 머리에 받으셨음을 의미합니다.

골고다로 향하는 길 위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를 목격합니다.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된 구레네 사람 시몬의 모습은,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고난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게 하는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주님은 쓸개 탄 포도주를 맛보시고는 마시기를 거부하셨습니다. 이는 십자가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아버지께서 예비하신 진노의 잔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맨정신으로 다 마시겠다는 숭고한 결단이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대신하여 심판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시며, 단 한 순간도 구원의 사명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쏟아지는 종교 지도자들과 구경꾼들의 야유는 인간 실존의 비참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은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고 외쳤습니다. 이것은 광야에서 사탄이 건넸던 유혹의 재판이었습니다. 만약 주님께서 그들의 요구대로 십자가에서 내려오셨다면, 당신 자신은 증명하셨을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영원한 멸망만이 남았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자기를 구원하지 못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구원하기를 포기하신 것입니다. 그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꼼짝달싹 못 하신 이유는 못의 힘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끊어낼 수 없는 사랑의 결박 때문이었습니다.

좌우편의 강도들조차 주님을 비난하는 그 극한의 고립 속에서, 그리스도는 철저히 혼자가 되셨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건져주실 것이라는 조롱 섞인 비아냥은, 오히려 주님께서 하나님 아버지께 얼마나 온전한 신뢰를 바치고 계셨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인간의 눈에는 패배처럼 보이는 그 자리가 사실은 사탄의 머리를 깨뜨리고 죄의 권세를 무너뜨리는 승리의 보좌였습니다. 이처럼 십자가는 인간의 가장 악한 의도가 하나님의 가장 선한 계획과 만나는 신비로운 교차점이며,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대신 죽으신 영원한 왕의 통치를 마주하게 됩니다.

🙏 기도 제목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그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 또한 삶의 자리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의 길을 묵묵히 따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