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1 (수)
소음과 침묵 사이
마태복음 27:1-26
| 1 | 새벽에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함께 의논하고 |
| 2 |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주니라 |
| 3 | 때에 예수를 판 유다가 그의 정죄됨을 보고 스스로 뉘우쳐 그 은 삼십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도로 갖다 주며 |
| 4 | 가로되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 하니 저희가 가로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네가 당하라 하거늘 |
| 5 | 유다가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어 죽은지라 |
| 6 | 대제사장들이 그 은을 거두며 가로되 이것은 피 값이라 성전고에 넣어 둠이 옳지 않다 하고 |
| 7 | 의논한 후 이것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의 묘지를 삼았으니 |
| 8 | 그러므로 오늘날까지 그 밭을 피밭이라 일컫느니라 |
| 9 | 이에 선지자 예레미야로 하신 말씀이 이루었나니 일렀으되 저희가 그 정가 된 자 곧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정가한 자의 가격 곧 은 삼십을 가지고 |
| 10 | 토기장이의 밭 값으로 주었으니 이는 주께서 내게 명하신 바와 같으니라 하였더라 |
| 11 | 예수께서 총독 앞에 섰으매 총독이 물어 가로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네 말이 옳도다 하시고 |
| 12 |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고소를 당하되 아무 대답도 아니하시는지라 |
| 13 | 이에 빌라도가 이르되 저희가 너를 쳐서 얼마나 많은 것으로 증거하는지 듣지 못하느냐 하되 |
| 14 | 한마디도 대답지 아니하시니 총독이 심히 기이히 여기더라 |
| 15 | 명절을 당하면 총독이 무리의 소원대로 죄수 하나를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
| 16 | 그 때에 바라바라 하는 유명한 죄수가 있는데 |
| 17 | 저희가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물어 가로되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 하니 |
| 18 | 이는 저가 그들의 시기로 예수를 넘겨준줄 앎이러라 |
| 19 | 총독이 재판 자리에 앉았을 때에 그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가로되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을 인하여 애를 많이 썼나이다 하더라 |
| 20 |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무리를 권하여 바라바를 달라 하게 하고 예수를 멸하자 하게 하였더니 |
| 21 | 총독이 대답하여 가로되 둘 중에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가로되 바라바로소이다 |
| 22 | 빌라도가 가로되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 저희가 다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
| 23 | 빌라도가 가로되 어찜이뇨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저희가 더욱 소리질러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하는지라 |
| 24 | 빌라도가 아무 효험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가로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
| 25 | 백성이 다 대답하여 가로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찌어다 하거늘 |
| 26 | 이에 바라바는 저희에게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주니라 |
묵상 가이드
본문 개요
본문 해설
유다의 뉘우침은 우리에게 참된 회개가 무엇인지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죄책감에 몸부림쳤지만, 끝내 용서하시는 주님의 자비로운 얼굴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대제사장들은 피 묻은 돈을 성전에 들일 수 없다는 율법의 세칙에는 철저하면서도, 무죄한 분을 죽이는 거대한 악에는 무감각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비극은 하나님의 거룩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들의 악함과 위선조차도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의 묘지를 삼으리라는 예언을 이루는 도구가 되었으며, 이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이 인간의 실패 너머에서 일하고 계심을 보여줍니다.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님의 침묵은 이 본문에서 가장 경이로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고소와 비난 속에서도 주님은 자신을 변호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는 그분이 무기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 묵묵히 도살장으로 향하는 어린양의 길을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시나, 정작 자신의 생명을 구걸하기 위한 한마디 말씀도 내뱉지 않으심으로 우리를 향한 그분의 무한한 사랑을 침묵으로 웅변하셨습니다. 세상의 재판관인 빌라도가 기이하게 여길 만큼 그분의 침묵은 당당했으며, 그 안에는 만왕의 왕으로서의 위엄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바라바와 예수님의 맞교환은 복음의 정수를 보여주는 거대한 상징입니다. 마땅히 죽어야 할 흉악한 죄인인 바라바가 풀려나고, 아무런 죄가 없으신 예수님이 대신 십자가로 향하는 이 장면은 우리가 받아야 할 심판을 주님이 대신 짊어지셨음을 선명하게 계시합니다. 우리는 모두 십자가 아래서 바라바와 같은 처지였습니다. 우리의 자리는 죽음이었으나, 주님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심으로 우리는 생명을 얻었습니다. 군중은 바라바를 외쳤으나 하나님은 그 외침 속에서 우리를 향한 대속의 계획을 완성해 가셨습니다. 인간의 무지한 선택이 오히려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는 통로가 된 것입니다.
빌라도는 손을 씻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백성들은 그 피의 대가를 자신들에게 돌리라고 외쳤습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죄를 씻을 능력이 없으며, 그들이 외친 피의 저주는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정결하게 하는 은혜의 피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채찍질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넘겨지셨지만, 이는 로마의 권력이나 유대인의 음모에 굴복하신 결과가 아닙니다. 창세 전부터 계획된 하나님의 사랑이 십자가라는 가장 낮은 곳을 향해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본문은 인간의 죄악과 배신, 정치적 계산이 뒤엉킨 혼돈 속에서도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그리스도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의지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